현대차ㆍHD현대중공업 노조, 9년 만에 동시 파업…임단협 갈등의 전말
9년 만의 동시 파업, 그 배경은?
2025년 9월, 국내 최대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의 노동조합이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2016년 이후 9년 만의 동시 파업으로, 자동차와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노조가 같은 시점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파업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겪으면서 촉발되었다. 양측 모두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부분 파업이라는 강경 대응으로 이어졌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과 사측 제안
현대차 노조는 2025년 9월 3일부터 사흘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첫 이틀은 오전·오후 출근조가 각각 2시간씩 파업하고, 마지막 날에는 4시간으로 확대했다.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는 파업 결의대회도 열렸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다음과 같다:
-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호봉승급분 제외)
-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 소득 공백 없는 정년 연장 (최장 64세)
- 주 4.5일제 도입
- 상여금 인상
이에 대해 사측은 다음과 같은 제안을 내놓았다:
- 월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 성과급 400% + 1400만 원
- 주식 30주 지급
- 일부 수당에 통상임금 확대 적용
- 전통시장상품권 20만 원 지급
노조는 사측의 제안이 조합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이를 거부했고, 결국 파업으로 이어졌다.
HD현대중공업 노조의 교섭 경과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025년 들어 이미 여섯 차례 부분 파업을 진행했으며, 9월 3일부터는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 노조가 공동 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전 조합원이 참여한 공동 행동이다.
노조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제시했다:
-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 (호봉승급분 포함)
- 격려금 520만 원
- 특별금 (약정임금 100%) 지급
- 기준에 따른 성과급 지급
- 고용 안정 협약서 작성 (합병에 따른 전환 배치 우려 대응)
사측은 7월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되면서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이후 추가 제안이 없자 노조는 파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조선 3사 공동 파업의 의미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중공업의 공동 파업은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조선업계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에 대한 집단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특히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결정 이후, 노조는 고용 안정과 전환 배치에 대한 명확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합병 자료 어디에도 고용 안정, 성과 보장, 전환 배치 대책이 없다”고 비판하며, 국가 전략 프로젝트인 MASGA(마스가)의 성공을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자의 안정적 고용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울산 제조업의 생산 차질과 경제적 영향
현대차 울산공장은 시간당 평균 375대를 생산하며, 파업 첫날에만 약 15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전주·아산공장도 각각 2시간씩 생산라인이 멈췄고, 판매직과 연구직도 상황에 따라 부분 파업에 참여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수백 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며 조선소 외부에서 경적을 울리는 시위까지 벌였다. 울산 제조업의 핵심 사업장들이 동시에 멈추면서 지역 경제와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경제성장률 2.04% 중 수출 기여도는 95%에 달하며, 제조업 파업은 국가 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전망과 노사 협상의 변수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모두 사측과 노조 간 입장 차이가 크고, 파업 이후에도 추가 협상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통과 이후, 노동계의 요구 강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포함하면서, 노조의 교섭력과 법적 보호 범위를 넓혔다. 이에 따라 향후 노사 갈등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결론: 구조적 갈등이 드러난 제조업계의 단면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의 동시 파업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제조업계의 구조적 문제와 노동시장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고용 안정, 성과 보상, 근무 조건 개선 등 다양한 요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이는 향후 산업 경쟁력과 기업 운영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사 간의 신뢰 회복과 지속 가능한 협상 구조 마련이 없다면, 이러한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제조업의 핵심 동력인 자동차와 조선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타협을 넘어선 장기적 해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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